세계와 여행

[스크랩]삼청동 맛집

밤하늘을 날아서 2006. 7. 28. 14:40

myfriday.joins.com (2006. 1.18.)

삼청동 옆길로 꺾어 들어간다. 정독도서관과 재동초등학교 앞을 거쳐 현대 계동 사옥 뒷길을 지나 창덕궁 돌담에 이른다. 이곳은 북촌길. 음식 명가가 가득한 ‘맛 골목’에 온 것을 환영한다.

▒ Infomation
●밥점 일본식 덮밥으로 여성과 아이들에게 인기다. 덮밥 6000원. 02-720-7010
●큰기와집 반가 음식의 명가로 간장게장이 특히 유명하다. 02-722-9024
●먹쉬돈나 이 골목에서 가장 인기 좋은 분식집. 02-723-8089
●하루 통유리창이 근사한 여성 취향의 스파게티집. 02-720-7009
●북촌평양냉면 냉면 애호가 사이에서 인정받는 평양냉면 전문점. 02-720-7110
●발코니에 모카 향기 드라마 <이 죽일 놈의 사랑> 의 촬영지로 핸드드립 커피를 뽑아낸다. 02-737-9058
●서미 앤 투스 투고커피 커피뿐 아니라 생과일주스, 유기농 샌드위치, 파니니를 맛있게 내는 갤러리 카페. 02-720-5001
●애프터 더 레인 아주 세련된 느낌의 아시안 식당. 시푸드 1만4000~2만7000원. 02-730-2051
●장수숯불구이 생고기 전문점. 곱창전골과 된장샤부샤부를 특히 잘한다. 02-766-5491
●로시니 세계기능올림픽 요리 부문 한국 대표였던 박장연 씨가 오너 셰프로 있는 정통 이탈리아 식당. 02-766-8771
●재동골 마님순대 순대 정식과 순댓국이 맛있다. 인근 직장인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맛집. 02-766-1035
●이조 2층 다락방에서 옹기종기 모여 먹는 밥상이 운치 있다. 02-764-2127
●비원손칼국수 20년째 한자리에서 칼국수를 끓여낸다. 5500원. 02-744-4848
●용정 북촌길에서 가장 유명한 중식당. 02-747-3000
●용수산 점심에만 먹을 수 있는 ‘산정식’을 추천한다. 2만5000원. 02-743-5999

북촌은 서울에서 전통 한옥이 주거 기능을 유지한 채 군락을 이루는 유일한 동네다. 고층 빌딩 사이를 걷다가 이곳에 들어서니 꼭 시간 여행에 빠진 것만 같다.

그러나 아직도 북촌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안다 해도 직접 가본 사람은 드물다. 북촌은 아직도 숨어 있는 동네다.  그런 북촌이 최근 꽃단장 중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북촌 가꾸기’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한옥 등록제 실시 이후 200채 이상의 한옥이 개보수를 완료했다. 환경 정비 사업도 의욕적으로 진행돼 골목에 어지럽게 세워져 있던 전신주는 이미 땅 속으로 묻혔으며 콘크리트 도로도 황토색을 띤 전통 소재의 포장재로 바뀌었다.  

북 촌이 ‘걷기 좋은 길’로 탈바꿈하면서 이곳을 찾는 방문객도 늘고 있다. 우리의 옛 주거 형태와 문화를 체험하기에 이곳만큼 좋은 동네도 없다. 강추위가 닥쳐오기 전에 아이들의 손을 잡고 느릿느릿 걸으며 북촌의 정취를 느껴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그렇다면 여기에 맛있는 음식이 빠질 수 없는 일이다.   북촌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길이 북촌길이다. 예로부터 맛집이 모여 있기로 명성이 자자한 길이다.

신문, 잡지, 방송에 나온 식당이 수두룩할 만큼 소문난 맛 골목이지만, 막상 길을 거닐다 보면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갈등이 인다.  경복궁 입구에서 소격동 방향으로 꺾이는 길목부터 시작하자.

왼 쪽으로 ‘큰기와집’과 ‘밥점’이 보인다. 큰기와집은 간장게장정식(2만5,000원)이 유명하다. 유기농 콩과 고추로 직접 담근 장으로 맛을 냈다. 아이들에겐 고슬고슬 지은 밥을 연잎에 한 번 찌고 다시 한 번 쪄내는 연잎쌈밥을 권하자.

작년 4월에 재오픈한 밥점은 원래 한정식집이었지만 지금은 일본식 덮밥과 김치찜을 전문으로 낸다. 한옥에서 먹는 덮밥의 묘미가 새롭고, 김치찜은 포기째 내와 찢어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독도서관과 선재아트센터 사거리 한쪽으론 파스타집 ‘하루’가 터를 잡았다. 인사동에서 값싸고 맛있는 스파게티집으로 소문난 ‘뽀모도로’의 주인이 운영한다.

토 마토소스에 복어 살이 듬뿍 들어간 복어살스파게티(1만3,000원)가 색다르다. 맞은편에 자리한 즉석 떡볶이집 ‘먹쉬돈나’는 인근 여고생 사이에 인기인 집이다. 언제나 줄이 기다랗게 늘어져 있으니 식사 시간을 피해서 찾는 것이 좋다.  

풍문여고 방향으로 조금만 걸으면 ‘북촌평양냉면’이 나온다. 정통 평양냉면이 5,000원인데, 그 맛이 웬만한 8,000원짜리 냉면을 능가한다. 특히 육수에서도 우러나는 메밀 향은 한번 접하면 잊기 힘들 정도다.

‘발코니에 모카 향기’는 모카커피를 핸드드립으로 뽑아낸다. 갓 수입한 생두를 필요한 양만큼만 볶아 종이가 아닌 융 드립으로 내려 맛이 뛰어나다. 인기 메뉴는 모카 예가체프와 모카 하라. 각각 6,000원씩 받는다.

언덕을 넘으면 갤러리 ‘서미 앤 투스’가 운영하는 ‘투고커피’가 나온다. 빨간색 벽돌담과 뒤뜰 테라스가 예쁘고 커피와 샌드위치 맛도 좋다. 다양한 도예 작품과 디자인 가구도 감상할 수 있다.

맞은편의 ‘애프터 더 레인’은 태국 요리 전문점이다. 동남아 특유의 강한 향신료를 싫어하는 사람도 무난히 먹을 수 있도록 맛을 조절한 메뉴가 있다. 색다른 식사를 시도하는 가족에게 추천한다.

헌 법재판소 앞 ‘로시니’는 정통 이탈리아 식당으로, 얇게 썬 쇠고기 안심에 루콜라와 양송이를 곁들인 유럽식 육회 카르파초(1만2,500원)를 꼭 먹어봐야 한다. 기름과 힘줄을 제거한 담백한 생고기가 씁쓸한 루콜라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재 동골 마님순대’는 미국과 일본, 중국에까지 분점을 둘 정도로 명성을 떨치는 곳이다. 이 집 순대엔 찹쌀, 조, 밤, 대추, 달걀, 채소, 고기 등 23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백순대와 흑순대를 새우젓에 살짝 찍어 먹으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입 안을 맴돈다.  

현대 계동 사옥 뒤편으로 접어들면 소규모 한정식집이 빼곡하다. ‘초정’, ‘우원’, ‘현대정’, ‘남원정’, ‘돌담집’ 등 1만원 미만의 상차림이지만 내용이 알차다.

특히 ‘이조’는 입에 착 달라붙는 음식 맛으로 인근 현대 직원들에게 인기가 좋다. 1인분에 8,000원 하는 밥상이 가장 잘 팔리는데 손님이 원하면 2만~3만원에 식단을 맞춰준다.  

계 동 언덕을 지나면 북촌길의 끝인 창덕궁 돌담이 나온다. 가족 외식용 맛집이 한데 모여 있다. ‘비원손칼국수’는 인심 좋은 할머니가 쫄깃쫄깃한 면발의 칼국수(5,500원)를 끓인다. 양념장으로 간한 뒤 볶은 애호박과 삶은 부추를 면과 함께 먹으면 고소하고 담백하다.

중식당 ‘용정’의 굴짬뽕은 맑고 칼칼한 닭 육수를 사용해 국물 맛이 시원하고, 별미인 고추자장은 고추기름 대신 홍고추와 풋고추를 다져 춘장과 함께 볶아 색다른 맛이다.

개성 한정식으로 유명한 ‘용수산’은 총 일곱 가지 한정식 코스를 낸다. 언제나 변함없이 소박하고 정갈한 맛을 선보여 한정식 하면 절대 빠지지 않는 명성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