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여행

미로 여행① 설렘과 즐거움이 가득한 국내 미로공원

밤하늘을 날아서 2008. 12. 25. 13:23

[TRAVEL FEATURE]미로 여행① 설렘과 즐거움이 가득한 국내 미로공원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12.22 09:56


미로는 어지럽게 갈래가 나 있어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길을 말한다. 입구에서 출구까지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를 갖추고 있어 수많은 갈등과 선택이 교차한다. 본래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크노소스 미궁에서 유래했는데 중세 미로 정원을 거쳐 지금은 축구장 넓이의 초대형 옥수수밭 미로까지 등장한 상태다. 길 위에서 길을 찾는 흥미진진한 유희의 하나인 미로 여행지를 소개한다.

  

  

  

 

제주 김녕미로공원 - 사계절 신록과 웃음꽃이 만발


김녕미로공원은 평화로운 분위기가 감도는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한적한 오솔길을 따라 100m 정도 걸으면 미로 입구이다. 어른 키를 훌쩍 넘는 2m 이상 높이의 레일란디(Leylandii) 수천 그루가 울타리가 되어 복잡한 미로를 이루고 있다.

미로 입구에 들어서면 땅과 하늘만 보인다. 입구에서 출발해 종착지인 구름다리 전망대에 올라 종을 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20분이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5분 만에 종을 울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1시간이 넘도록 미로 속을 헤매기도 한다.

미로가 주는 즐거움은 생각보다 크다. 지도를 차분히 검토해 남보다 일찍 길을 찾아내면 기쁨과 성취감으로 마음이 뿌듯해진다. 또한 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아름다운 미로공원을 감상하면서 방황하고 있는 일행에게 힌트를 주는 여유도 부릴 수 있다. 물론, 오랫동안 미로에서 헤맨다고 해서 즐거움이 반감되는 것은 아니다. 지도 없이 육감과 기억력만으로 길을 더듬어 나가다 보면 오히려 더 큰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담 너머에서 가족이나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면 서로 이름을 부르며 웃음꽃을 피우게 된다. 조금 전 스쳐 지나갔던 이들과 다른 지점에서 두 번, 세 번 만나다 보면 괜한 반가움에 미소를 건넨다. 한참 걸어온 길이 막혀 돌아나가다 누군가를 만나면 선심 쓰듯 도움을 베풀 수도 있다.

김녕미로공원은 미국 출신인 프레드릭 더스틴(Fredric H. Dustin) 제주대 교수가 1980년대 중반부터 직접 묘목을 심고 통로에 화산석을 깔아 조성했다. 전체 길이는 932m, 입구에서 전망대까지 최단 거리는 190m이다. 미로 담장을 이루는 레일란디는 사계절 푸르고 향기를 맡으면 머리가 맑아지는 효과가 있다. 1년에 1m 이상 자라나 가지치기를 통해 아름다운 미로 울타리로 가꿀 수 있다고 한다.

더스틴 교수는 세계적인 미로 디자이너인 애드린 피셔(Adrian Fisher)와 함께 3년 공을 들여 김녕미로공원을 완성했다. 벽안(碧眼)의 이방인 손끝에서 탄생했지만 김녕미로공원은 한국적인 이미지, 특히 제주와 관련된 상징물이 곳곳에 깃들어 있다. 미로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전체적인 외곽선이 제주의 해안선과 일치한다. 방위도 일치해 김녕미로공원을 확대하면 그대로 제주도가 되는 셈이다. 레일란디 울타리의 일부는 제주를 상징하는 조랑말, 선박 등의 문양을 하고 있다.

*TIP - 김녕미로공원은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 있다. 만장굴 입구에서 지척이다. 입장료는 성인 3천300원, 청소년 1천650원, 어린이 880원이다. 064-782-9266, www.jejumaze.com

◆경기 양평 별빛 미로공원 - 지상으로 내려온 은하수


별빛 미로공원은 특이하게도 낮이 아닌 밤에 길을 더듬어 출구를 찾는 야간 전용 미로이다. 야행성 동물이 아닌 이상 캄캄한 밤중에 어떻게 길을 모색할 수 있을까? 답은 발광다이오드(LED) 전구이다. 올빼미가 아니더라도 어두운 미로에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LED 전구를 설치해 놓았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산다는 주목 1천400여 그루로 울타리를 삼고 그 위에 약 18만 개의 LED 전구를 달았다. 멀리서 보면 마치 주목 군락에 은하수가 내려앉은 모습이다.

야간 미로 여행의 초반은 싱거울 정도로 난이도가 낮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미로의 이름에 걸맞게 복잡한 갈림길이 나타난다. 하지만 예전 실크로드나 대양에서 북극성을 이정표 삼아 방향을 정한 것처럼 구름다리 위에 달아 놓은 커다란 별을 기준 삼아 가다 보면 출구에 이르게 된다. 풀벌레 소리를 들어가며 미로를 모두 빠져나오면 작은 노천카페가 펼쳐지는데 파라솔 테이블과 벤치가 설치돼 있다. 모닥불을 정원 가운데 피워 놓고 일행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TIP - 별빛 미로공원은 연중 무휴로 운영되며 일몰 이후 자정까지 불을 밝힌다. 입장료는 5천 원(오후 5시 이전 3천 원)이며 출구 밖 정원에서 커피 등 음료가 제공된다. 두물머리, 세미원, 팔당역, 중미산 천문대 등 관광 명소가 지척이다. 031-772-4770

글/장성배 기자(up@yna.co.kr)ㆍ사진/김녕미로공원, 별빛 미로공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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