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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여행② 해외 미로속에서 만나는 행복

밤하늘을 날아서 2008. 12. 25. 13:20

[TRAVEL FEATURE]미로 여행② 해외 미로속에서 만나는 행복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12.22 09:57

 
◆영국 햄튼 코트 궁의 미로 - 중세 영국 왕실의 유희
영국 런던 남서부에 위치한 햄튼 코트 궁(Hampton Court Palace)의 미로는 중세 미로정원을 대표한다. 가지와 잎이 촘촘한 주목으로 약 2m 높이 울타리를 만들고 미로 중앙에 키 큰 교목을 심어 길잡이 역할을 하도록 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사다리꼴 형태의 미로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미로 외곽을 에두르는 담장은 최대 폭이 5m에 이를 정도로 두텁다.

  

  

  

 

햄튼 코트 궁 미로는 규모가 아담하고 갈림길도 적어 난이도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입구에 들어서기 전 지도 게시판을 눈여겨본다면 몇 분 이내에 빠져나올 수 있다. 미로 중앙에서 곧바로 이어진 출구에 이르면 '미로 정복 인증 스티커'를 받게 된다.


햄튼 코트 궁은 12세기 처음 조성된 것을 16세기 전반부 잉글랜드를 다스린 헨리 8세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웅장하고 화려한 궁전으로 탈바꿈시켰다. 미로 이외에 영국 왕실의 자취가 서린 궁전 내부, 다양한 수목과 조각상으로 꾸며진 정원들, 아름다운 분수와 백조가 노니는 호수를 감상할 수 있다.

*TIP - 런던 워털루 역에서 기차로 약 40분 소요된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런던 교외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동절기 운영 시간은 10시~16시 30분이며 미로 입장은 15시 45분까지이다. 궁전, 미로, 정원을 모두 둘러볼 수 있는 티켓은 13.30파운드(16세 이하 6.65파운드), 미로만 체험할 수 있는 티켓은 3.50파운드(16세 이하 2.50파운드)이다. www.hrp.org.uk

◆오스트리아 빈 쇤브룬 궁의 미로정원 - 추억이 쌓이는 자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쇤브룬 궁의 미로정원은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미로의 정원수 가지 사이로 햇살이 스며들면 동화 속 배경처럼 환상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울타리 높낮이와 형태에 따라 다양한 미로가 존재하는데 한결같이 아름답고 낭만적인 느낌을 준다.

쇤브룬 궁 미로는 전체 면적이 2천700㎡로 1698년 정원 서쪽에 조성됐다. 구조가 매우 단순해 공간 지각력이 현저하게 낮은 사람도 쉽게 출구를 찾을 수 있다. 커다란 거울과 소리 나는 보도블록 등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장치가 곳곳에 설치돼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에게 안성맞춤이다.

쇤브룬 궁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 궁전으로 조성됐다. 내부는 18세기 후반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가 수집한 동양의 자기와 칠기, 페르시아의 세밀화 등으로 우아하고 호화롭게 꾸며졌는데 현재 박물관으로 이용된다. 그리스 신전을 본뜬 글로리에테, 마차 전시관, 동물원, 온실, 마리오네트 인형극장 등이 대표적인 볼거리이다.

*TIP - 쇤브룬 궁은 빈 제1구에서 남서쪽으로 약 4㎞ 떨어져 있다. 빈 도심에서 지하철이나 트램을 이용하면 쉽게 닿을 수 있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이용하며 서쪽 궁전 22개의 방을 둘러볼 수 있는 임피리얼 투어 티켓은 9.50유로(6~18세 5.90유로), 40개의 방을 둘러볼 수 있는 그랜드 투어는 12.90유로(6~18세 7.90유로)이다. 가이드 동반 그랜드 투어는 14.40유로(6~18세 8.90유로)이다. 단, 미로정원은 동절기에는 문을 닫는다. www.schoenbrunn.at

◆그리스 크레타 섬의 크노소스 미궁 - 미로의 시원을 찾아서
그리스 남부 크레타 섬의 고대 유적지 크노소스(Knossos)에는 미로의 기원으로 알려진 미궁(Labyrinth)이 있다. 지진과 전쟁으로 파괴된 것을 발굴해 현재 다층 구조의 기둥과 계단, 프레스코 벽화가 새겨진 벽면 일부가 복원됐다.

그리스신화에 따르면 크노소스 미궁은 크레타의 왕 미노스가 반인반수의 미노타우로스(Minotaur)를 가두기 위해 지었다. 복잡한 설계로 한 번 들어가면 누구도, 미궁을 만든 명장(名匠) 다이달로스조차 빠져나올 수 없어 간수 없는 감옥이나 마찬가지였다.

크레타 섬의 수도인 헤라클리온(Heraklion) 남동쪽에 위치한 크노소스 미궁은 20세기 초 영국의 고고학자 아서 에번스가 발굴해 일부가 복원된 상태다. BC 20세기 무렵 지어진 궁에는 미노타우로스와 테세우스의 이야기뿐 아니라 다이달로스와 이카루스 부자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수천 년 전 파괴돼 폐허가 돼버린 궁 곳곳에는 뿔을 앞세워 돌진하는 황소 그림 등 벽화가 남아 있다.

*TIP - 현재 인천과 아테네를 잇는 직항편은 없다. 터키항공을 이용해 이스탄불을 경유하는 노선이 편리하다. 아테네에서 크레타 섬까지는 그리스 국내선 항공편과 다양한 크루즈, 페리가 운항된다. 크노소스 궁전 유적지 입장료는 6유로이며 연중 무휴로 운영된다. +30-2810-231940, www.visitgreece.kr

◆중국 베이징 원명원의 황화진 - 황제에게 가는 길
중국 청나라 황실 정원인 원명원(圓明園)에는 벽돌로 쌓은 미로인 황화진(黃花陳)이 위치해 있다. 돔 양식의 작은 정자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벽돌 담장 길이 나 있다. 1860년 제2차 아편전쟁 당시 파괴된 것을 1989년 중국 정부가 복원시켰다.

황화진은 유럽 미로정원이 중국식으로 변주된 형태다. 담장에 아름답고 다양한 문양이 부조로 새겨져 있다. 입구에서 정자까지 직선거리는 30m 안팎이지만 미로가 꽤 복잡하게 설계돼 있다. 전체 미로의 길이가 약 1.6㎞에 달한다.

청나라 황제들은 매년 중추절(음력 8월 15일) 저녁에 연회를 베풀어 황화진의 동서남북 네 입구에서 정자까지 가장 빨리 도달하는 궁녀에서 상을 내렸다고 한다. 지반을 돋운 자리에 정자를 세웠고 담장의 평균 높이가 약 1.3m에 불과해 황제는 등불을 들고 미로 속에서 헤매는 궁녀들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원명원은 1709년 강희제가 넷째 아들 윤진에게 하사한 별장이다. 이후 윤진이 옹정제로 즉위하면서 중국 전통 원림과 바로크 건축 양식이 어우러진 대규모의 황실 정원으로 조성했다. '동양의 베르사유 궁전'으로 불릴 만큼 화려했지만 아편전쟁 때 서구 열강 연합군의 약탈과 방화로 불에 타 폐허로 남아 있었다. 중국은 이를 일부 복원하고 보존해오다 지난 7월 말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일반에 개방했다.

*TIP - 원명원은 베이징 북서쪽 대학 밀집 지역인 하이뎬취(海淀區)에 자리 잡고 있다. 칭화대 서문에서 지척이다. 입장료는 10위안인데 서양루(西洋樓), 해안당(海晏堂) 등 서구 열강에 의해 파괴된 대표적인 유적을 보려면 15위안을 따로 내야 한다. 식물과 원예, 역사 등 주제별로 관람 코스를 정할 수 있으며 가이드 투어가 운영된다.

글/장성배 기자(up@yna.co.kr)ㆍ사진/그리스관광청, 영국관광청, 오스트리아관광청, 연합뉴스 DB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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