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드라마

단종에서 연산군까지 맡은 정태우

밤하늘을 날아서 2008. 4. 9. 16:29

1994년 <한명회> 단종

한명회를 후반부터 보기 시작했던 터라 초반에 나온 단종은 보질 못했다.

인터넷에 떠도는 캡쳐로 본 게 다인데 엄청 귀여웠지 싶다.

이때가 13살이라던데 암만 봐도 10살 정도로 밖에 안 보이니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때부터 심하게 동안이었던 것 같다. - -;;

실제 단종이 12살에 즉위하고 17살 나이에 죽었다던데

비슷한 나이 때에 단종역을 도맡아 했으니 인연이 남다른 것 같다.

실제로 단종 제사 지낼 때도 참석했다고 하니 본인도 신기한 모양이다.

 

 

1996년 <용의 눈물> 방번

이방원(태종)에게 죽임을 당하는 이복 동생이자 세자 방석의 형인 방번으로

출연했다고 하나 이민우가 양녕대군으로 나와서 열연한 것 밖에 기억이 없다.-.-

한명회에서 연산군 역을 맡았던 이민우와는 용의 눈물에 같이 출연을 하고

왕과 비에서 연산군을 했던 안재모와는 왕과 나에서 만났으니

단종과도 그렇지만 연산군과의 인연도 묘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1998년 <왕과 비> 단종

예전에 봤을 때도 단종 역을 무척 잘 했다는 느낌이었는데

얼마 전 재방송으로 다시 보니 가히 최강이라 할만 하더라.

한명회 때는 좀 귀여운 느낌과 애처로움이 강했던 것 같은데

왕과 비에서는 실제 단종이 환생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목소리부터가 단종에 잘 어울는데다 연기를 어찌나 잘하던지

단종이라는 틀안에서도 표정 연기와 감정 표현이 다양하고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보는 내내 단종에 푹 빠졌다.

더구나 실제 단종이 돌아가실 때 나이랑 같아서 궁중에서 유일하게 믿었던

수양숙부에게 배신당하고 폐위되는 모습이 더 애처롭고 안타까워 보였다.

원래 단종 시절이 30회 분량이었다가 90회로 늘었다고 하던데

수긍이 갈 수 밖에 없었고, 왜 단종=정태우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이로 인해 폐위되는 왕 역을 주로 맡게 된 것 같아 좀 안타깝기도^^;

 

단종을 드라마에서 총 세 번 하였다는데 나머지 하난 도저히 못찾겠다.

 

 

2001년 <태조 왕건> 최응

궁예 곁을 지키다 왕건을 도와 고려를 세운 천재 책사 최응 역은

알듯 모를 듯한 미소와 눈빛 연기가 가히 일품이었다.

낭랑한 목소리도 소년 책사의 모습에 한 몫 했던 것 같다.

젊은 나이로 요절하는 것이 단종과 비슷할 수도 있었는데 

그와는 또 다른 최응의 느낌을 너무나 잘 살려주어서

보는 동안은 실제로 나물만 먹고 살 것 같은 이미지였다.

왕과 비까지만 해도 아역배우로서의 느낌이 강했다면 

태조 왕건에서 비로소 청년 배우로서 성장한 것 같다.

이때의 똑똑함이 연산군으로 이어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2002년 <여인천하> 인종

인종은 인자하고 효심 깊은 나머지 왕이 된 지 8개월 만에

문정왕후(전인화)에게 죽임을 당하는 임금이었다. 

너무 인자하게만 나와서 배역상 매력은 그다지 없었던 것 같다.^^;;

나중에 연산군으로 인수대비에게 복수하니 다행인가 싶기도ㅋㅋㅋㅋㅋ

인종의 깊은 효심은 연산군의 어머니에 대한 애타는 그리움을 연상시킨다.

  

 

2004년 <무인시대> 희종

<왕의 여자>에선 광해군의 아들로 폐위되는 세자를 하더니

무인시대에서는 처음으로 카리스마 있는 왕을 맡았다.

그래도 결국 폐위되는 왕을 넘어서진 못했다.^^;;

신하들로 부터 왕건 강화를 꾀하다 폐위된 경우는 연산군과 비슷한데

연산군은 그나마 왕권이라도 휘두르고 죽었다만 희종은 권력 한번 

휘두르지 못하고 죽었으니 폐위되는 장면에서 느낌은 참 많이 달랐다.

무인시대에서는 그나마 수레를 타고 유배 보냈는데

왕과 나에선 걸어서 유배를 보내 더 슬펐던 것 같다;;

 

 

2007년 <대조영> 초린의 아들 검이

한동안 사극에서 얼굴을 볼 수 없더니 소년 장군 검이역을 맡아 돌아왔다.

낳아준 아버지와 길러준 아버지 사이에서 방황하는 비운의 역이긴 했으나

그 동안의 유약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대사와 표정에서 풍부한 감정 표현이 탁월한 듯 하다.

연산군의 강력한 눈빛은 막판 묵철과의 협상시 검이와 비슷한 듯.

 

 


2008년 <왕과 나>연산군

처음엔 잘 소화할 수 있을까 했는데 대본과 연출의 아쉬움 속에서도

막판으로 갈수록 광기와 연민을 넘나드는 열연을 보였다.

마지막에선 정말 연산군 같아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ㅠ ㅠ

그동안의 연산군에 비해 현실적인 연산군을 잘 그려줬다. 

순간 순간 변하는 눈빛과 감정 연기는 정말 탁월한 듯 싶다.

다만 종종 말투에서 높은 목소리는 안 어울리는 듯 했다.

 

 

정리를 하고 나니 그 동안 정태우가 맡았던 배역들의 특성이

조금씩 복합적으로 섞인 게 연산군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연산군과 비슷하게 느껴진 적은 없으니 연기는 잘한다.

 

유독 사극에서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건 그만큼

캐릭터의 복잡한 심정을 잘 표현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도 사극에서의 목소리는 정말 매력적인 것 같다.

 

사극에서 연기는 잘하지만 종종 특유의 굳은 표정이 보이는 배우들도 있는데 

지금 이대로 다양한 표정과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연기가 더욱 성숙해지길...